2023년 12월 24일 일요일

도종환 시인의 담쟁이

 이 시는 정말 인상이 깊다.

 

지금은 힘들지만 시련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은 이 시가 참 와 닿을 것 같다.

 

 

담쟁이

 

[도종환 시선집]

 

저것은 벽

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

그때

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

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

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

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

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

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

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

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

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

결국 그 벽을 넘는다

 

*저작권 문제시 자삭하겠습니다.

 

출처 : 도종환의 시선집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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